사는 얘기

1.
춘천에는 눈이 많이 왔다. 발 딛는 곳마다 눈 쌓이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. 조용하게 지내는 것에 너무 익숙해져서 서울로 올라갔을 때 잘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. 이 곳에서는 내가 입을 열지 않으면 다른 소리를 들을 일이 전혀 없다. 때문에 가끔 문을 두드리는 주인집 여자나, 창밖에서 시끌시끌하게 들리는 소리를 들을 때면 가슴부터 내려앉곤 한다. 여기엔 나 말고 아무도 없는데 -  이 마음을 쉬이 내려놓지 못하겠다. 내 입맛에 맞는 것은 빠르게 몸으로 체득한다. 그게 여태까지의 나의 방식이었지.

2.
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는 집인데다 한동안 핫플레이트가 망가져 있던 상태였기 때문에 오랫동안 요리해 먹지 못했다. 요리라고 해 봐야 김치를 볶는다거나, 라면을 끓인다거나, 장조림을 해 먹는다거나... 가 전부였지만. 불이 없다는 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불편한 일이었다. 그렇게 며칠을 지내다가 터득한 것이, 불 없이도 맛을 낼 수 있는 식사하기-였다. 여기서의 맛이란 혀끝으로 느낄 수 있는 그 무엇이라면 무엇이든 좋은 것을 말한다. 갓 지은 밥에 날계란과 간장을 풀어 비빈 후 김치와 먹는 것. 이것만으로도 나는 꽤 만족도가 높은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것도 새롭게 깨달았다. 그러나 물론, 더욱 좋은 것은 오늘 같은 날에 끓인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. 끓인 밥이 눈처럼 희다.

3.
룸메이트가 참치캔 두 개를 사 왔다. 반찬 없이 지내는 날 걱정해서 사온 것인 줄 알았는데 눈도 오고 길에서 먹을 거 없이 돌아다닐 고양이들 주려고 사 왔다고. 오늘 나가는 길에 챙겨 나갔나 싶었는데 그대로 있네. 내가 챙겨 줘야겠다.

4.
두 시까지 출근을 해야 한다. 눈이 많이 쌓여서 쉽지 않은 하루가 될 것 같다. 건강은 간신히 평균치로 끌어올렸다고 생각했는데, 간혹 아찔한 순간이 있다. 제대로 된 건강을 되찾기 위해서는 더 많은 기회비용을 투자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 한다. 건강을 위한 기회비용은 마음에도 있다는 것을 곱씹고 또 곱씹어야 한다.

5.
이런 것들을 깨닫는 데에 얼만큼의 시간이 걸렸나. 앞으로 알아야 할 것은 또 얼만큼 남았나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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